세상의 어떤 것도 그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도무지 내 흥미를 끌 수가 없었다.그러나 맹렬하기로는 이들보다 훨씬 앞서는 이 협회의 회원들이 사오십대 갱년기의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시든 정력을 위해 뱀이고, 개구리이고, 지렁이고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다가 그래도 부실한 하초를 위해 아침 저녁 산등성이로 기어오르거나 약수를 퍼마시는 축이었는데, 차차 산에 맛을 들여 나중에는 대낮까지 산에 늘어붙게 된 준 상주 인구였다.“그 여름밤이지?”아니, 저는 양민을 말했어요. 교전 중이 아니라, 끝난후나 시작되기 전의그렇게 말한 그녀가 멀찌감치 앞장서서 나를 인도해 간 곳은 가까운 다방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며칠이 지난 후에야 털어놓은 것이지만, 그런 사정은 상철이나 영남이 녀석에게도 비슷했다. 그리하여 다시 만나자는 그녀들과의 약속은 한동안 우리 셋 모두에게 별로 탐탁찮은 짐이 되고 나가지 말자는 합의에까지 도달하였다. 상철이는 그녀들이 동침중에 상대편 남자의 혀나 성기를 물어뜯어 버린다는 변태들일거라고 했고, 영남이 녀석은 남자를 산 채로 말려 죽인다는 옛얘기 속의 색광일지도 모른다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추리까지 했다.그런 그에게는 형이 굳게 믿고 있는 호의는 털끝만큼도 찾아 볼수 없었다. 나는 갑자기 당황하고 위축돼 더듬거렸다.나는 여전 딴 생각에 잠긴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물어왔다.그 다음 고죽의 서화론에서 특징적인 것은 물화나 심화의 구분이었다. 물화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거기다가 사람의 정의를 의탁하는 것이고, 심화란 사람의 정의를 드러내기 위해 사물을 빌어오되 그것을 정의에 맞추어 가감하고 변형시키는 것인데, 아마 서양화의 구상 비구상에 대응하는 것 같다. 고죽은 전통적인 서화론에서 그 두 가지가 묘하게 혼동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구분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서화가에 있어서 그 둘 관계는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선택적일 뿐이며, 문자향이니 서권기 같은 것은 심화에서의 한 요소이지 서
그 애의 쓸쓸한 웃음이 다시 한번 항의를 대신했다.원래가 늙어 죽을 상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었는데.아랫니가 뭉청 빠지지를 않나, 안방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지를 않나“배터리는?”그 청년은 어쩔줄 몰라 하며 내게로 다가왔다. 자그마한 키에 왼눈에 백태가 끼인, 약간 희극적인 얼굴이었다.여자가 다시 성의없이 참견한다. 역시 가쁜 숨을 애써 누르며.운동?힐끗 통제관을 보며 이중위에게 그렇게 묻는 대대장의 표정은 차라리 “통제관이 납득하도록 잘 설명해”라는 명령이라는 게 옳았다. 그러나 이중위는 해명할 틈이 없었다. 대뜸 그 남자가 이중위를 보고 퍼부어대기 시작한 것이다.전화를 바꾼 관측장교는 별로 성난 기색도 없이 이죽거렸다.물론 그전에도 그들이 고향과 전혀 무관하게 지내온 것은 아니었다. 어떤 도시에서 기대한 만큼의 도움을 받지 못해 생활이 극도로 궁핍해졌을 때나, 그들 삼남매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가 되면 어머니는 몇날 몇밤이고의 긴 기도 끝에 한동안 집을 비우셨다. 그리고 얼마간 필요한 돈을 마련한 후 돌아왔는데, 그때 어머니의 표정에는 무슨 끔찍한 사지를 무사히 다녀왔다는듯한 안도가 서려 있었다. 역시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향에 남겨 둔 땅을 팔아치우고 돌아오는 길어었다. 그것도 밤중에 몰래 고향에 숨어들어, 누가 그들의 땅을 부치고 있는가를 알아낸 후, 그 주인이 생빚을 지고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의 헐값을 매겨 떠맡기는 식이었다.“성녀였고.요부였지.”“관상명정은 네가 써라. 석담의 유언이다. 진사니 뭐니 하는 관직은 쓰지 말고 다만 석담김공급유지구라고만 쓰면된다.”하지만 그런 남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내게는 무슨 반발처럼이나 떠오르는 옛일이 하나 있다. 마땅히 남편에게 죄스러워하고, 어쩌면 스스로도 부끄럽게 여겨야 하지만, 지금은 물론 그때조차도 그저 아득하기만 하던 십여 년 전의 일이다.아범아, 꿈자리가 몹시 뒤숭숭하더라.“오늘 김군 형제가 나갔어요. 이형은 그들의 죄명을 알고 있소?”나는 그녀의 돌변에 다황하면서도 준비해간 대사는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