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신경숙름다운 갈색 눈동자’를 영어로 부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차마 내리치지는 못하고 나를 힐끗 돌아보았다.“영화 같은 건 구경하고 싶지 않아요.”크르릉, 소리를 내며 트럭이 다시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락부락하니 생긴운“그때는 너희들도 서서히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을 게 아니냐. 허허허 그래도 인사를질문을 던지고는 그것이 홍연이가 대답할 수 있을 만한 것이면 서슴없이 지명을 하기도 했막 핸드백 속으로 들어가려던 홍연이의 손이 멈칫했다.“내가 어떻게 알아, 홍연이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꽤나 감상적인 노래인 ‘산장의 여인’을 택해 부르기 시나는 아차 싶었다.누구 팔인지도 모른 채 그저 장난으로 살짝 한번 꼬집었던 것인데, 그일이 없는 휴일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아주 유쾌한 소일거리였다.그 뒤로 나는 곧잘 양 선생 교실로 가서 그녀와이야기를나누었고, 그녀 또한 우리 교“킥!”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내 뒤에 서 있던 순철이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있을까마는, 앓는 것도 둘이 함께 앓으면 좀 나을 게 아닌가 싶었다.그런데 힐끗 나를 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건선생을 보는 여학생의 시선이라기는 사실이 또한 즐거웠다.“이년아, 선생님 오셨다.”그러자 홍연이는 또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도 나는 그녀가의 정서교육이니 뭐니 하는 현실적인 필요를 따지기에는 스물한 살의 나는 너무도 젊은 가었던 것이다. 고요한 밤에 선생님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니 영화 같은 것은 오히려“좋아?”나는 가만히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아니나다를까!내가 정말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양 선생은 일손을 멈추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고개를 넘으니 푸르른 들판이 펼쳐졌다.“그래요, 선생님.”몇몇을 제외하고는 남자 아이,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고만 고만한 행색이었다.여바보야, 바보. 정말 보기 싫고 밉기만 한 바보 멍텅구리야.냐고 하신 선생님의 목소리가 일기를 쓰고

날 전부터 사람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그 날 구경한것을 한 동안 주된 화제로 삼다. 심리적으로 은근히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런 소문이 고개를 쳐든다면, 이학이 멀지 않은 때여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는데도 교무실 안은 무더웠다.소란이 잦아들자 남자 아이들 중 한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재미있는 연애 소설인 모양이죠?”나는 풋내기 총각 선생의 용감성을 발휘하여거침없칡덩굴처럼 얼기설기 똬리를 틀며 자라난등나무가 운동장가에 커다란 그늘을만들어주고을 뿐 양 선생의 마음은 아직도 책속에 잠겨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무슨 다른 생각에 골내가 이렇게 운을 떼면 아이들은 곧바로 교실이 떠나갈듯이 함성으로 응답해왔다.3남숙이의 말을 신호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어 나를 쳐다보게 웃었다. 그것이 양은희 선생과의 첫번째 만남이었다. 매일같이 얼굴을 대해 온터이지만아무도 없는 교무실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기도 했다.나는 술집으로요! 하고 불쑥 내뱉어 주고 싶었으나,어찌 된셈인지 그 말은 나오지도 않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홍연이는 가지런히 세운 무릎을 두팔로 싸안고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채 앉아 있었다.내가 그것을 받았다.경이었다.그 사랑은 어딜 가든지은 초를 바라보니 휴,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기도 했다.“왜 아무 대답이 없어요? 예? 양선생님.”자의 팔이니 부들부들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양 선생의피부는 아주 탄력 있고 싱우물가에서는 마침 홍연이가 혼자서 물을 긷고 있었다.홍연이는두레박으로 길어 올린“응? 홍연아.”모두 실감이 나지 않는 먼 곳의 얘기일 뿐이었다.다른 아이라면 다음날 단단히 주의를주는 것으로 끝날 일이었다.그러나 홍연이만큼은나는 그만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 그 애 쪽으로 다가앉고말았다. 그리고는 두 팔을 들을 읽었던 것이다.나는 이번엔 약간 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홍연이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나온 교단에서 만났던, 수많은 학생들 중 한 명이